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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완전한 행복이란게 존재할까?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주제만으로도 스토리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난 주 작년 출간된 '완전한 행복'이란 소설을 선물받았다.

몇번 서점에서 뒤적거리긴 했는데, 두개의 독서모임으로 한달에 2권 읽는 것도 버거워 만지작거리다 놔버렸었다.

지난 3일 연휴는 어차피 첫날 저녁무렵 결혼식을 참석해야 하고 일기 예보도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지 않아 내친김에 책이나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다음주 독서모임 책은 '고리오 영감'이었는데 3주째 붙들고 있지만 영 진도가 나지 않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보라색 표지의 '완전한 행복'. 고리오 영감을 다 읽기전까진 책장을 열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하나라도 읽는게 좋겠다란 생각에 책을 펼치자마자 빠져들었다.

책의 모티브가 되었던 '고유정 사건'을 뉴스에서 접했기에 더 흥미로웠던 측면도 있는 듯하다. 물론 소설은 픽션이지만.

 

출처 : 교보문고

 

우리가 행복을 얘기할 때, 보통 어떤 때 행복한지를 떠올린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좋은 곳을 여행할 때, 어떤 성취를 이뤘을 때 등등

그런데, 소설 속 인물인 신유나는 행복을 뺄셈이라고 이야기 한다. 불행의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가능한.

얼핏 보면 효과적인 듯 싶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통상 불행의 요소들은 외부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외부적인 요소들을 불행의 요소로 인식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은 내부적인 요소일 수 있다. 

예전 이옥섭 감독이 TV프로그램 출연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랑해보려고 노력한다. 자꾸 노력하면 귀여운 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게 외부적인 요인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반면, 신유나는 외부요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행복을 지키려했다. 그 결과  주변사람들을 엄청난 불행으로 이끌게 된다.

책을 읽으며 신유나의 몇몇 행동과 생각이 우리가 현실에서도 스스로에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발견할 수 있는 행동이라서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는 생각.

다행히 소설은 그녀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의 불행은 거기서 딱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서 문득문득 그때가 떠오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원인의 일부를 자신에게 있다며 자책할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신유나의 딸 지유였다.

어린나이에 엄마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사랑하는 아빠를 엄마가 죽이 정황을 목격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가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하는 아이.

과연 이런 모든 상황을 그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뒤늦게 의지하게 된 이모를 따라 러시아로 떠난 것으로 나온다.

이모가 최선을 다해 상처를 보듬어주어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를 바랄 뿐.

지유가 아빠를 닮았다는 한 구절에 안심이 된다.  그 상처가 나중에 비뚤어진 자기연민으로  표출되지 않을거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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