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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립세린,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에 성공할까?

지난달 우연히 읽게된 위드롱블랙 노트를 통해 LG생활건강의 립세린 이란 상품군에 대해 알게 되었다.

화장품 산업은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장하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그리고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급격한 침체기를 맞았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풀리긴 했지만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데다,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은 좋은 OEM 제조업체를 바탕으로 개성과 차별화로 무장한 스몰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 같은 대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22년 기준 한국에 등록된 화장품 회사가 만개가 넘고, 한해 출히된 제품만 12만개가 넘는다니, 국내 화장품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이 취한 전략은 1) 수많은 화장품들 사이에서 대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산하 16개 브랜드와 연계한 신상품 출시 2)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 창출로 경쟁자와 차별화다. 이름하야 '노르망디 프로젝트'

어딘가 올드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지만, 시장의 경쟁을 전쟁으로 바라보는 비장함이 엿보인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LG생활건강의 16개 브랜드가 동시에 동일한 카테고리의 상품군을 출시해서 시장을 일시에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노르망디  프로젝트를 통해 출시한 첫번째 상품은, 립케어 제품인 '립세린' (립 + 글리세린).

립케어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기 때문인데, 기존 립케어 제품의 페인 포인트를 찾기 위해 쇼핑몰의 수많은 후기들을 살펴본 후에 패키징을 차별화하기로 결정. 기존 스틱/튜브/통에 담긴 형태의 불편함을 참고하여, '에어핏(air-fit)'이라는 용기를 자체 개발했다.  (다이얼을 살짝 돌리면 한번 사용할 수 있는 립케어 제품이 나오는 형태)

 

16개 브랜드가 립세린 제품을 출시한다면, 브랜드간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 '립세린'이라는 이름과 '에어핏'이라는 패키지만 동일하게 가져가도 브랜드 스토리, 원료, 기능, 용기 디자인 등은 모두 자율에 맡겼다고 한다. 브랜드 특성에 맞춰, 보습이나 안티에이징 등을 강조하면서 차별화했다.

생산capa의 이슈로 16개 브랜드가 10,11월에 나눠서 출시되며, 초기 바이럴을 고려하여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올리브영과 홈쇼핑에 유통되는 브랜드가 우선 출시되었다.

 

노르망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대략 10개월만에 상품이 출시된 매우 숨가쁜 과정이었는데,

첫번째 든 생각은 LG생활건강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다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는 아모레도 포함)와 내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상당히 힘들었겠다.

사실 외부 경쟁만큼이나 내부 경쟁도 치열한 곳이 화장품 회사이기에 각 브랜드를 설득하는 과정에 만만차 않았을텐데, .

대기업 특유의 위로부터의 찍어누르기일지, 혹은 내부에서도 개성있는 스몰브랜드들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 위기감을 느껴 적극 동참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런칭까지 이뤄냈다는게 대단해 보인다.

 

아직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BB크림, 쿠션팩트처럼 립케어 상품군의 norm이 될 정도로 립세린이라는 상품이 매력적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 립케어 상품에서 패키지가 핵심 차별화 포인트일까?

   → 색조도 아니고 케어라면 보습이나 영양이라는 기능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 대세가 되려면 타사가 따라해야하는데, 에어핏이라는 패키지가 그만큼 매력적인가?

   → 에어핏을 보면서 내용물이 나오는 방법의 새로움보다는 패키지의 크기가 마음에 걸렸다.

        립케어 제품은 수시로 덧발라 주어야 하기에 휴대성이 핵심인데, 파우치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커보임 

        (기존 스틱형 제품의 3~4배 정도의 굵기)

  - 과연 고객이 기존 패키지 타입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해소될까?

   → 일단, 한번 돌릴 떄 나오는 양 자체에 대한 인식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얼핏보면 나한테는 너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양 조절이 안되니 남는 것을 버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손가락으로 바르는 불편해하는 사람에게는 통에 든 립케어 제품을 바를 떄와 동일한 불편함이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인플루언서 영상을 보면 면봉으로 바르는 모습이 나오는데, 립케어 제품을 바르기 위해 면봉까지 

        휴대하는 번거로움을 감당할까?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을 보면서 들었던 추가적인 의문이 하나 더 있다.

 립세린이라는 이름은 보습의 대명사인 글리세린과 립의 합성어로, 이름에서 미용보다는 케어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보통 입술이 많이 건조한 사람들은 립케어 제품을 바른 후에 립스틱이나 틴트 등 뷰티 목적의 색조 상품을 바른다.

 그런데,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은 대부분 립 화장의 마무리 개념으로 립세린을 바르며 반짝이고 글램한 입술을 강조한다.

 상품의 본질이 헷갈리는 순간이다. 

 립세린 이라는 이름과 에어핏이라는 패키징이 본질이라면, 이에 보다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립세린이 대세감을 줄지, LG생활건강의 바램처럼 매장 어디를 가도 립세린이 눈에 띌지에 대한 기대에는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의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현재 매우 파편화되어 있는 화장품 시장에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전략이었다는 점과 또한 그들만큼 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는 점, 마지막으로 가장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쉬워도 실행이 정말 어려운건데, 그걸 해냈다는 것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노르망디 프로젝트의 후속 아이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립세린 출시과정의 여러 시행착오들을 잘 보완해서 이들의 바램대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대세감을 심어주는 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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