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토어, 꼭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

무형의 상품, 서비스를 취급하는 회사의 브랜딩을 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전달할까는 늘 고민거리다.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관심을 끌기 위해 소위 어그로를 끄는 행위를 하지 못하니 주목을 끌기가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잘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예전부터 주목하는 회사는 토스다.

'금융을 바꾸다'라는 슬로건에 따라 이전에 없던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왔으며 때때로 짧게 TV 광고를 진행하긴 했지만 토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건 그들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금융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사람의 관점으로,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포맷으로 전달하면서도 고객들이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겠다는 목적을 잃지 않는다.

하나하나 공들여 만든 콘텐츠는 책으로 엮어도 손색이 없고, 실제로 제작되어 굿즈 형태로 배포되기도 했고, 이번에 나온 머니북은 서점에서 판매가 되기도 한다.

내가 토스의 브랜딩을 좋아하는 건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유행하는 콘텐츠 내용이나 형식에 흔들리지 않고,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콘텐츠를 취해서 목적에 충실하게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롯이 콘텐츠의 힘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그 흔한 커피쿠폰 주는 이벤트도 거의 안한다.

콘텐츠 자체에 힘을 주기에 그것을 활용한 다른 브랜딩 활동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활동에 노출되든 고객들은 일관된 메세지를 전달받게 된다. 

 

요즘 고민 중의 하나인 팝업 스토어 때문에 자주 성수에 가는데 6월초 인스타그램에서 머니북 카페 팝업 소식을 들었고 

마침 친구와 약속이 있던터라 장소를 성수로 잡았다. 머니북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곳은 프리머스라는 카페였다.

카페전체를 빌린건가 싶었는데, 카페 공간의 일부를 활용한 형태였다. 카페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고

입구의 작은 테이블에서 팝업 스토어 담당자가 팝업 관련 내용과 관련 이벤트 내용이 담긴 작은 리플렛을 나눠준다

입구쪽 벽면에는 머니북과 머니북이 새겨진 컵 등의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마도 경품인듯)

안쪽에는 머니북을 활용한 커다란 오브제를 설치해서 눈길을 끈다.

2층, 3층에도 머니북을 활용한 디스플레이와 함께 테이블마다 책을 한권씩 놓아서 자연스럽게 읽어볼 수 있게했다.

 

사실 팝업 스토어가 젊은층의 놀이공간처럼 유행하다보니 성수에만 매주 1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한다.

그 중엔 가나초콜렛, 진로골드처럼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오롯이 컨셉에 맞춰 꾸미고 다양한 볼거리와 굿즈들을 제공하는 곳들도 많다.

그런 곳에 가면 가장 먼저 '얼마나 들었을까?' 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항상 예산의 압박을 받기에 빠듯한 예산으로 팝업 스토어는 엄두도 못내겠다 싶은데, 머니북 팝업을 보니 컨셉만 잘 잡는다면 요란한 장식이 없어도 충분히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고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오는 길에 몇몇 팝업 스토어를 둘러봤다. 

길게 줄을 서 있거나, 네이버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대부분 괜찮은 굿즈를 주거나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장품처럼).

그런 유인책 없이 담백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혹은 브랜드 메세지를 전달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누구나 팝업 스토어를 할 수 있다. 돈이 많으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정도로 멋지게 꾸밀 수도 있고 누구나 갖고 싶어할만한 굿즈를 나눠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잘 기획된 팝업 스토어는 그런것 없이도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걸 토스의 머니북 카페 팝업 스토어를 통해 깨달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우리라서 가능한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