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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오랜만에 관심가는 광고

네이버 앱.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광고가 필요한가 싶지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국민 대표앱이라던 과거 영광은 검색에서는 구글에 자리를 내어주고 할일 없을 때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열어보던 것도 이제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자리를 내어준지 오래다.

 

나만 보더라도 네이버앱은 낯선 약속장소에 갈 때 루트나 소요시간을 확인하거나 또는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팩트첵크할 때 (영화배우의 이름이나 나이와 같은 무쓸모 팩트)가끔씩 들여다볼  뿐이다. 

검색 용도로도 시간 때우기 용도로도 강력한 경쟁자에게 밀리는 애매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탐색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광고를 진행한다. 

사실 광고 업무를 하면서 TV에 나오는 광고들이 왜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시몬스 광고처럼 가끔 눈길을 끄는 광고가 나오면 어느 대행사나 프로덕션에 제작했는가 보다는 그런 크리에이티브를 통과시킨 클라이언트사의 경영진이 더 궁금하다.

네이버의 이번 광고는 검색앱이 아닌 탐색 플랫폼으로서의 포지셔닝을 '나를 움직이는 탐색'이라는 카피에 담았다.

검색은 무언가를 확인하면 끝이지만 탐색은 통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명확한 목적이 없었기에 어떤걸 보다가 거기서 다른 주제나 아이템으로 넘어가는게 자연스럽다. 그런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구매나 방문, 예약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탐색 플랫폼이라는 프레임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콘텐츠들을 경험하게 만들고 싶은 네이버의 희망과 의지가 담겨있다. 의도한대로 '탐색 → 발견 → 새로운 경험과 행동' 으로 이어지는 flow가 앱 내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지는 차지하고, 광고 자체는 네이버의 쓸모를 조금더 확장해서 생각해보게 만들긴 한다.

광고의 스토리가 설득력을 갖게하는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모델인 박정민 배우다.

 

연기 잘하는 배우,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로 알려져있고 그만큼 주조역, 단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일찍이 에세이를 쓴 작가이며 현재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꽤나 진지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게스트로 활약하며 똘끼를 보여주고, 스트리밍 크루 배도라지 멤버로 일명 우원박으로 활동하며, 최근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생목으로 '고민중독'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이게 잘부르지 못해서 오히려 진심처럼 느껴진다는 댓글과 함께 짤을 양산한 실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박정민 배우야말로 탐색이라는 키워드에 딱 붙는다.

 

원래 유명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스토리라인도 없이 모델의 인지도와 인기에만 의존하는 광고는 눈길을 끌 수는 있으나 메세지 전달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비싼 모델료를 지불하며 유명인을 쓰는 만큼 브랜드나 상품, 서비스 보다는 모델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크리에이티브로 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뭐 하러 그 돈으로 저 모델을 썼어?' 라는 챌린지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에..

 

그에 비하면 박정민은 유명인이기는 하나 대표적인 특정 이미지로 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일 수 있다.

게다가 마트, 게임, 산스장을 배경으로 한 3개의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법한 상황이고 박정민 배우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동네 청년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해서 쉽게 공감이 가면서 피식 웃게 된다.

'유명인 모델은 저렇게 써야 되는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모델의 매력을 한껏 살리면서도 전달하려는 메세지와 잘 어울려서 메세지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메세지에 힘을 실어주는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나를 움직이는 탐색' 카피.

검색앱에서 탐색 플랫폼으로 대중의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대담한 시도와 달리 카피는 너무 안전하게 선택한 느낌이다.

여기서 네이버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IT 대기업이 되버린, 광고 하나도 수많은 의사결정자들의 단계별 리뷰를 거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큰 회사.

탐색이 행동으로 이어지게끔 한다는 의미를 담고자했다는 담당자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설명적인, 내 생각을 꼭 그대로 말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드러나는 카피인 것 같다.

'탐색'이라는 키워드만 잘 살려서 좀 더 말맛나고 임팩트 있게 만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도 최근에 본 광고중에는 KCC 건설 '식구의 부활' 함께 다른 시리즈를 찾아보게 만든 두번째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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