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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직접 부여주신 김정자님 (feat. 유퀴즈)

 

사람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보게 만들어주신 올해 최고령 수능응시자 김정자님

회식을 마치고 피곤한 상태로 집에 와서 습관적으로 틀은 TV.

얼른 씻고 자야겠다 싶었는데, 올해 수능시험을 본 84세 김정자할머니에 대한 얘기에 그대로 소파에 앉아 TV에 빠져들었다.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모습은 84세라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고운 얼굴에 선한 모습이었고 

진행자인 유재석, 조세호와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굉장히 잘 나이드신 분이고 건강하시구나 생각했는데,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친구분의 차를 얻어타고 높은 계단을 올라서 2시간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게다가 허리가 많이 굽어서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아보였는데,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분에 비하면 한참 젊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는 나보다 10여살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체력과 에너지를 아쉬워했는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탄하면서 그게 당연한거다라고 생ㄱ가했었다.

그런데 김정자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을 먹으면 못할게 없다'는 클리셰 같은 말이 떠오른다.

공부만 하는 것도 힘든데 왕복 4시간의 통학까지, 그런데 한번도 결석이나 지각이 없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분에게는 그 시간이 고되게 느껴지기 보다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뭐랄까... 젊은시절 공부못한게 평생 한이어서 독하게 공부했다는 것보다 미국에 있어서 한국말이 서툰 손주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말이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왜 공부할까? 학창시절에는 그냥 막연하게 좋은 대학을 가야해서이고, 대학에서는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다.

그를 위해 죽기살기로 매달리는데 정작 '그래서?', '그 다음은?'에 대한 답이 없다보니 그 과정이 너무 괴롭다.

그런데 오히려 손주들이 한국어를 잘 이해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영어를 배워서 손주들이랑 많이 얘기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이유가 정말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누군가는 지금 84세인데 언제 배워서 프리토킹까지 가능하겠냐고 괜한 고생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내는 시간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다. 크든 작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금씩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의 일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김정자님이 그 힘든 통학길, 어려운 수업, 8시간에 걸친 수능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그분의 긍정적인 마음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인터뷰에서도 유쾌함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문제는 어려웠다. 만학도들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어려운 공부다. 공부한 만큼은 못 풀었겠지만, 틀렸겠지만 기분 좋게 풀었다."

"나는 대학을 가든 안가든 내가 수능을 쳤다는게 인생 제일 큰일인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기분좋게 수능을 봤다"

 

알지만 실행은 어렵다.

일정이 조금만 빡빡해도 피곤함을 느끼면서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는건 욕심이라고 포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했는데,

아마도 나는 그 과정을 고행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절반정도 남은 12월, 아무리 바빠도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왜 그걸 하고 싶은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친 순간에 김정자님을 알게된건 나에게 큰 행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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