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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지난 겨울 하와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수영을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우연히 사내 동호회 중 수영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주말 강습이 있다고 들어서 가입을 해야겠다 마음 먹은 후 3달만에 가입을 했고, 3월은 이래저래 몸이 안좋았고, 주말에 일정이 많아서 4월부터 시작.

큰 맘먹고 결정했지만 아뿔사 수영장이 4/22부터 5월26까지 보수로 인한 휴장이란다.

결국 4월은 6번의 강습기회만 있는거다. 그냥 6월부터 시작할까...잠깐 망설였지만 이러다가 연말까지 갈수도 있겠다 싶어 등록을 했다.

15년 전쯤 5~6개월 수영강습을 받은적이 있는데, 사실 평영과 접영은 못했고 자유영과 평형은 제법 해서 이후 수영장에 가면 놀 정도는 되었는데, 지난 겨울 몇년만에 수영을 하려고보니 물에 뜨는 것조차 힘든 나를 발견하고 당혹스러웠다.

수영은 몸이 기억한다는데....내 몸은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토,일 약 50분간의 연습 및 잠깐의 강습이라 배우는데 한참이 걸릴 것 같지만 당장 내가 수영을 잘하겠다 그런건 아니니 꾸준히 몇년하면 어디가서 평형까지는 제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 운동신경은 없지만 미련할만큼 성실한게 나의 장점이니 이번엔 접영까지 마스터 해보는걸 목표로 한다. 5년이면 되지 않을까.

 

동호회에 가입한 것도 단기간에 수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극 I인 내향적인 내가...상상만으로도 어색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수영을 한다는게 스스로도 이해는 안되지만 그렇게 해야 빠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타고난 노예 근성인지 몸이 아무리 아파도 (장염에 걸려 밤새 앓고 먹는 족족 토해도) 기어이 아침엔 씻고 준비해서 출근하지만 주말만 되면 기다렸던 약속도 취소하고 싶을 만큼 늘어져있게 된다. 그래서 골프 레슨을 잡아놓고도 몸이 안좋다는 핑계 (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지 실제로 아픈 것 같은 느낌이다)로 빼먹다가 결국엔 안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평일에는 완벽한 J로 살지만 주말에는 극 P의 삶을 살기에 개인생활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이런 나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기에 동호회에 가입하고, 토, 일 이틀 강습을 신청했다. 휴장하기 전 6번 강습을 다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주말에 있던 약속들은 강습을 피해 조정했다.

 

어제, 오늘 이틀간 수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주말 시간을 길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

수영하고 동호회 회원들과 간단히 티타임을 갖고 집에 돌아와도 9시가 조금 넘는다. 평소 주말이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

그리고 6시 40분에 수영장에 왔을 때 이미 사람들로 가득찬 락카룸을 보면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자극도 된다.

어제는 첫날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티타임까지 참석하고 예전 같으면 간당간당하게 도착했을 자동차 서비스 예약시간에 30분 일찍 도착해 다음달 독서모임 책을 읽으며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다.

점검까지 받고 집에 도착하니 11시30분.

수영복을 빨아서 널고 남아 있는 시간에 뭘할까 하다가 점심을 먹고 사전투표를 하러갔다.

나간 김에 투표만 하고 오기 아쉬어 무서울까봐 볼까말까 망설였던 영화 '파묘'를 보러갔다.

비는 시간에는 오전에 읽었던 책을 이어야 읽었는데, 독서모임을 2주나 앞두고 다 읽었다. (평소에는 모임 당일날까지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주말 시간이 많으니 이런 일도 생긴다.)

영화는 다행이 무섭진 않았는데...그로 인해 재미는 반감되는 느낌이다. 오컬트보다는 판타지 장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보고 양재천으로 향했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 따뜻한 햇살에 벚꽃은 만개해 있었고 양재천과 주변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둘러보고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먹고 청소를 하고 최근에 빠진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출근할 때처럼 5시40분에 일어나니 기상 루틴이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수영 강습 2번째 날. 사실 어제 생각으로는 30분쯤 일찍 가서 사우나로 몸을 좀 풀고 시작해야지 했는데, 10분 남겨두고 락카에 도착해 서둘러 씼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다음주에는 꼭 일찍 가야겠다.

둘째 날이라고 어제보다는 덜 힘든 것 같다. 어제 처음 발차기 했을 때는 레일 끝까지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숨이 차서 당황했는데, 그래도 조금 적응한 것 같다.

오늘 강습 받은 동호회 회원들이 대부분 어제와 달라서 여전히 어색했지만...꿋꿋이 티타임까지 마치고 회사로 향했다.

왠지 집에 가면 다시 잘 것 같아서, 태블릿까지 챙겨왔다.

또다른 독서모임 책인 '더 커밍 웨이브'를 2시간 정도 읽고 다음주에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별것 아니고 평소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나 한시간 정도 운동한 것 뿐인데 내 삶이 좀 더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것도 흥미롭고.

아직 내가 잘 모르고 경험해보지 못한게 무궁무진할텐데...매일 하던것만 하고 사는 것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고 편한걸 찾는게 본성이라지만 약간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나는 수영이 아니라 나만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버거운 직장생활에 끌려다니면서 살지말고 예전처럼 호기심으로 충만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나로 다시 살아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어렵게 한 걸음 시도한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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