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알게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작년 12월인가 이런 책이 있다는걸 어디서 본 후 (아마도 SNS 인 듯), 계속 이 책이 머리에 남았다.
줄리언 반스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작가에 대한 기존 정보가 없다보니 선입견이 없어서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읽어나갔고,
1부는 약간 전형적인 느낌이었다. 매력있지만 자기만의 영역이 분명한 교수와 그를 흠모하는 학생
그리고 종강 이후에도 수년간 계속되는 그렇지만 관계의 깊이는 변함없는 정기적인 만남.
그런 만남이 중단된 몇달 후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함께 그에게 남겨진 그녀의 자료들.
2부는 그가 그녀의 흔적들(일기, 기록, 메모와 마무리되지 않은 글 등)을 파고들면서 알게된 로마황제 율리아누스에 얘기가 담겨있다.
처음에는 여기에 2부 전체를 할애했다는게 조금 의아했지만 곧이어 2부에 푹 빠져버렸다.
무신론자이기에 평소 종교에 관심이 없었고, 그렇다고 그리스로마 신화나 역사를 읽을 정도의 교양도 없고,
게다가 철학과도 친하지 않아서 2부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언급되는 인물들 중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름만 들어봤거나 이름조차 모르는.
그래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낯선 인물들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봐야했다.
다행히 2부 중반쯤 지나자 대충 어떤 얘기인지, 작가가 하려는 얘기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워낙 종교에 무지하다보니 작가의 메세지가 아무런 스크리닝 없이 흡수되어 결국 작가의 견해일 수 밖에 없는(책 속에서는 EF의 견해이지만)에 종교 이야기에 매우 공감이 갔다.
기독교는 왜 다른 종교를 배척할까, 왜 현생 보다는 사후세계를 강조할까, 과학이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종교를 통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등등 가끔씩 종교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부분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는 모든 비극은 단일교?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다신교였던, 그래서 이종교에 관대했던 율리아누스가 죽고, 로마가 기독교에 의해 통치되면서 과학도 쇠퇴하고 이후 수많은 종교전쟁이 야기되었다는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종교적 갈등에 의한 전쟁은 최근에도 계속된다. 어쩌면 종교는 전쟁을 하기 위한 핑계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종교를 얘기하면 어떤 논리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신이 그렇게 얘기했다'는 말 그대로 프리패스다.
신의 이야기는 그걸 전하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거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종교의 가장 취약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종교는 통치나 규범으로 작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역사속 율리아누스와 소설 속 닐과 EF의 사례를 통해 어느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저자의 종교에 대한 인식이었고, 그래서 2부가 가장 흥미로웠다.
이 기회에 종교에 관한 책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왠지 줄리언 반스에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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