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지난 8/14일에 보험설계사 전용앱인 ‘토스보험파트너’를 런칭했다.
이 앱은 손해보험, 생명보험 협회에 등록된 설계사에 한해 가입할 수 있으며, 설계사들은 앱을 통해 고객과 매칭되어 상담, 계약관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18년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 19년 토스앱을 통해 미니보험과 실손보험처럼 간단한 상품을 판매하던 토스가 이제는 좀 더 깊숙이 보험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핀테크기업이 보험업에 뛰어드는 유형은 3가지가 있다. 디지털보험사, 고객대상 보험판매 플랫폼, 설계사를 위한 플랫폼.
디지털보험사는 우리나라 보험업법상 자본금 30억원이 있어야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이 풍부하지 않은 핀테크업체가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주로 대기업과 공동으로 진출한다.
1호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과 일본의 라이프플래닛이, 작년에 출법한 캐롯손보 역시 한화, SKT 등 굵직한 업체가 참여했다. 카카오페이도 결론적으로는 독자진출로 최종 가닥이 잡혔지만, 1년 넘게 삼성화재와의 제휴를 통한 설립을 검토했었다.
전방위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토스가 30억원의 자본금 부담을 갖고 디지털보험사에 뛰어드는건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이 보험 판매였다. 온라인 고객경험에 있어 자신있었던 토스는 자사앱을 통해 수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과 실손보험, 자동차보험을 판매했었다. 그러다 보다 높은 판매수수료를 취득할 수 있는 장기보험을 플랫폼을 통해서 판매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전화 영업을 할 설계사들을 모집하고 본격적인 보험 영업을 시작하였다. 기존에 있던 판매채널 형태였으나 다른점은 토스는 이들을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토스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되는 의사결정이었지만 고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설계사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몇몇 설계사의 무리한 영업 때문이다 (수수료 수입을 위해 고객 의사와 반하게 무리하게 높은 보험료의 상품을 권하는..). 그러나 설계사를 고용해 판매하는 모델은 토스의 근원적인 플랫폼 모델과는 잘 맞지 않는다. 매출을 늘리려면 설계사도 따라서 늘려야 하는 구조인데, 이는 정규직으로 설계사를 운영하는 토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여전히 대부분의 보험사는 보험은 PUSH영업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이 모델에 대한 성공여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토스보험파트너 앱을 통해 설계사와 고객을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파트너앱을 통해 설계사는 고객과의 체계적인 상담 및 계약관리도 가능하고, 토스가 고객에게 추천하는 설계사 DB에 등록됨으로써 신규 고객 유치 기회도 주어진다.
이번에 동시에 고객용으로 런칭한 ‘나만의 보험전문가’서비스는 고객이 토스앱 내 ‘나만의 보험전문가’ 메뉴를 통해 토스보험파트너에 등록된 설계사의 신원, 경력, 자기소개 등을 열람 후 원하는 설계사를 직접 선택해 필요한 보험을 진단받거나 보험료 청구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 후 고객이 설계사에 대한 평가를 남겨,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설계사가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이다.
이 모델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5,6년전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을 떄 이들의 대표적인 모델이 설계사와 고객 간 중계 모델이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마이리얼플랜이 있었는데, 물론 광고수익도 있지만 설계사가 지불하는 이용료가 메인 수익모델이었다.
이 모델이 잘 굴러가려면 플랫폼 자체가 활성화되어 고객들의 보험 상담 신청건수가 많아 자연스럽게 설계사들의 영업기회로 연계되어야 하는데, 보험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는 고객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 고객들이 해당 앱이나 사이트를 찾아오게 만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토스가 이들과 다른점은 1700만명이라는 앱 사용자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설계사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을 계획도 없다고 하니, 설계사 입장에서는 토스보험파트너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1700만명의 톳스 고객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보험 상담을 신청할 것인가 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의 이런 시도가 의미있다고 보는 이유는 설령 이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토스에게는 데이터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어떤 보험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유형의 설계사를 선호하는지 등은 분명 보험 뿐 아니라 토스 비즈니스 전반적으로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며, 향후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에 진출하거나, 데이터 자체를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0만 설계사와 1,700만 고객의 데이터,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나만의 보험전문가’ 서비스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궁금하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정말로 자발적으로 보험관련 니즈가 없는건지, 아니면 기존 보험상품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건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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