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 모바일로 소비한다.
일반 소비재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서비스도 모바일로 예약/구매한다. 강의도, 주식도, 아이 돌보미 서비스 조차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되면 곧바로 이들은 핵심채널로 부상하게 된다.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유독 온라인 채널이 힘을 못쓰는 분야가 있다.
바로 보험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동차보험은 10여년전 온라인 채널이 오픈된 이래로 꾸준히 성장하여 이제는 50%이상이 온라인으로 가입되고 있지만
3년 이상의 기간동안 가입하는 장기보험은 90% 이상이 대면채널 즉, 설계사를 통해 가입된다.
왜 그럴까?
오랜기간 보험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보험은 push상품이라고, 그래서 설계사의 니즈환기와 설득이 수반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고.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예외다)
그렇기에 직접적인 설득의 과정이 개입되기 어려운 인터넷 보험은 성장하기 어려운 거라고 얘기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험은 생필품처럼 당장 필요한게 아니기 때문에 가입을 완료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넛지가 필요한데 현재의 온라인 채널에는 이것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온라인 채널에 맞지 않는 옷, 즉 상품이다.
보험업 종사자들은 오랜기간 익숙해져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보험 상품은 설계사들의 설명을 듣고 가입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상품이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어렵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고객의 구매행동에 적합하지 않다.
담보가 수십개가 되고 (심지어 100개가 넘는 것들도 있다), 담보명도 직관적이지 않다.
게다가 페이백, 납입면제 등 각종 기능들을 넣어 보험료 비교도 어렵게 만들어놓고 설명도 친절하지 않다.
그저 추후 민원이나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어려운 전문용어로 잔뜩 설명해놓았을 뿐이다.
설계사조차 충분히 이해해서 고객에게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상품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기만 하고 고객이 알아서 가입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은 장기보험의 핵심 판매채널이 될 수 없다는 본인들의 생각을 정당화한다.
그들은 알까? 많은 고객들이 특히..보험에 가입하고는 싶지만 인터넷은 너무 어렵고, 설계사는 신뢰가 안가고 만나기 귀찮은 3040세대들이 그들을 만족시켜줄 대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카카오가 네이버가 토스가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빅테크, 핀테크가 보험 비즈니스에 뛰어든다면 온라인 채널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물론 최근 보험사들도 이런 눈치를 채고 너도나도 디지털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변화보다는 그저 디지털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조직을 만들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사람도 문화도 그대로다.
여전히 대면채널을 주력으로 영업하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객보다는 회사, 설계사 관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진심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을 활용해야 한다.
보험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고객을 잘 아는 업계의 인재를 데려오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제프 베조스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아마존에 대한 그의 경영철학은 백프로 공감한다.
'고객에 대한 집착' 이보다 더 심플하고 명확한 메세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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