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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네이버, 카카오가 보험사에게 위협인 진짜 이유?

 

아마존, 이마트, 쿠팡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행보는 PB상품의 확대이다.

PB는 한때 유통업체가 저렴한 물건으로 저소득층 고객을 유인하게 위해 만들었던 브랜드였다.

가격이 싼 만큼 품질도 그다지 좋지 못했기에 고객들은 PB=저렴한 상품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PB가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여타 경쟁제품들 보다 더 좋은 품질로 경쟁사 대비 더 비싸게 혹은 유사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분명 PB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유리한데, 이 장점을 더 저렴한 상품을 구비하는데 활용하지 않고 품질을 높이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룰루레몬을 겨냥 프리미엄 애슬레져 브랜드인 core10을 운영 중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PB의 수를 확대하고 있으며, 아마존을 열심히 따라 하고 있는 쿠팡 역시 2017년 첫 PB를 출시한 이후에 현재 50여 종의 PB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관련 부분 인력도 적극 채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나 볼 수 있던 브랜드들을 취급하여 초창기 강남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마켓컬리도 컬리스라는 PB브랜드를 출시하였는데, 이 브랜드의 우유는 카테고리 1위, 곡물빵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유통 입장에서는 PB를 늘리는 것은 단순히 가격적인 메리트 뿐만 아니라, 유통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출시 상품, 라인업, 출시 시기 등등)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금융시장,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몸담았던 보험산업이 떠올랐다.

보험은 장기간의 risk를 다루고 규제도 강한 산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지난 몇십년간 고객보다는 보험사 위주로 비즈니스를 해왔다. 고객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불친절한 상품과 유독

민원이 많은 금융상품이라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이런 보험산업이 최근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5~6년 전부터 등장했던 소규모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사실 보험사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단지 신경 써야 할 좀 귀찮은 존재 정도?

실질적으로 당시 야심 차게 등장했던 업체 중 현재까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곳은 몇 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네이버, 카카오, 토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고객기반과 접점 즉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빨아들일 수 있는 돈과 네임밸류가 있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통해 확보한 고객기반 하나로 수많은 신규 비즈니스에 진입했던 것처럼 네이버는 포탈 고객을 기반으로

최근 전방위로 커머스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커머스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보험을 판매하는 것 역시 커머스의 영역이다. (물론 보험사는 좀 더 멋진 말로 포장하고 싶어하겠지만..)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보험 유통(중개)을 선언했다. 물론 수수료에 대한 보험사와의 이견으로 차질을 빚고 있고, 또 복잡한 보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다른 상품을 판매할 때보다는 어렵겠지만 확실한 고객기반, 고객 접점을 확보한 네이버는 보험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의 채널 share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작년부터 여행자보험 등 플랫폼에 적합한 미니보험을 판매해온 카카오페이는 보험 중개를 넘어서 자체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선언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 부분이 유통의 발전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험사들은 강력한 고객기반을 가진 빅테크가 보험상품을 중개 판매하면서 이들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이 결국 본인들에게 더 유리한 (고마진) 상품을 적극적으로 노출, 가입을 유도하여 보험사간에 가격경쟁을 유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맞는 얘기다. 이 경우에 보험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큰 경쟁력이었던 전속대면 채널의 역할이 위협받는다는 것, 그래서 보험사들이 그동안 누리던 마진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보험을 중개 판매하던 빅테크들이 자체보험을 출시한다면 어떨까?

보험상품 판매에서 얻은 보험업에 대한 지식과 방대한 고객데이터, 그리고 분석 역량을 갖춘 플랫폼이 그리고 우수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돈과 브랜드가 있는 이들이 보험상품을 못 만들 이유가 있을까?

금융상품은 공장도 필요 없으니 고객-돈-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보험사들에게 진짜 위협이 아닐까? 이렇게 되면 기존 보험사는 마진을 떠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물론 보험은 상품뿐 아니라,, 보상을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또한 아웃소싱 할 수 있다.

지금도 소액건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외주업체가 처리하고 있다.

 

보험상품은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최장 100년 동안의 장기간의 리스크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누적된 경험치와 리스크 헷징을 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 보다 사회, 기술적으로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과거의 경험치는 버리고, 현재의 데이터로 reset 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보험사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변화의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보험사는 이들의 진입이 그들에게 위험요소라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어떤 측면에서 얼마만큼의 위험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보험은 다른 상품과 다르다, 어렵고 복잡하고 긴 duration의 상품으로 후발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실체가 없는 불안감에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하고는 있으나 적을 모르니 싸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Tech 전문 잡지인 Wired의 편집장인 Kevin Kelly가 쓴 기술의 충격 (What Technology Wants)이라는 책을 보면  

새로운 기술의 탄생과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고 한다.

대형 유통 플랫폼이 PB 상품을 확대하여 제조 브랜드들을 위협하듯이, 보험도 고객기반과 접점을 보유한 플랫폼이 보험사(원수사)에게 큰 위협이 될 날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보험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까지의 성공경험은 배제하고 철저히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그리고 zero base에서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안일하게 구경만 하다 간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앞부분의 유통 플랫폼 관련 내용은 퍼블리의 아티클을 참조했습니다.

('화장품,만드는 쿠팡, 우유만드는 마켓컬리 : PB상품이 대세가 된 이유 - 저자 :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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