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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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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을 떠나보내며.. 20년 정도의 회사생활 동안 나도 여러번 이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통상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는 마냥 부러웠다.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조건으로 가는지 모르지만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이 능력있어 보였다. 그러다 어느정도 직급이 올라가 팀의 리더가 되고 나서는 같이 일하는 팀원의 이직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당장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직하는 친구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과 당장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걱정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이직을 경험한 나로써는 회사를 떠나올때 남아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 회사에 대한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걸 알기에 상황에 관계없이 퇴직 날짜나 인수인계 등을 떠나가는 ..
윤스테이를 보며 떠오른 생각 지난 금요일 tvN에서 '윤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윤식당, 여름방학, 삼시세끼...처럼 소박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선호했던지라 퇴근 후 본방사수했다. 이서진배우가 '대한민국에서 우려먹기를 젤 잘하는 사람'이라고 나영석 PD를 칭했듯이 그는 본인 프로그램을 변주해서 확장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듯 하다. '1박2일'에서 했던 여행프로그램을 대상과 장소를 노배우와 해외로 바꾸어 '꽃보다 할배'를 탄생시켰고, 이는 곧 '꽃보다 누나'로 또 변주되었다. '삼시세끼'라는 포맷이 산촌편에서 어촌편으로 확장된것처럼 이번 윤스테이도 단순히 윤식당의 국내버전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앞부분 사전 미팅을 하는 내용을 보니, 윤식당을 원래는 년초에 찍으려고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연말로 미루었다고..
악의 평범성 : 침묵하는자 모두 유죄? TVN의 ‘책읽어 드립니다’란 TV프로그램에서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를 본적이 있다. 나치시절,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유태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된 후 예루살렘에서 받은 재판에 관한 이야기였다. 권력사회에서 명령을 받고 악을 집행하는 사람은 본인 행동의 선악에 대한 가치판단 없이 단지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악을 저지르는 사람의 대부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본래부터 악랄하고 잔인한 성품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따라서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데 악의 본질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때는 그래 그렇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마 '내가..
일의 미래, 직업의 미래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여러 기사와 보고서는 AI가 대체할 수많은 직업들에 대해 떠들어댔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 Top00..' 이런 식의 기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왔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떤 진로를 권해야할지 혼란스러워했다. 너무 많이 들어서 무뎌진건지 초반에 호들갑 떨었던 언론들은 오히려 그런 내용의 기사를 잘 쓰지 않았고 (이미 한번 해먹은 스토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 덕에 나도 막연히 아직 먼 미래의 일들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자각하지 못했을 뿐 이미 변화는 스멀스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무인점포가 하나 둘 늘어가고 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는 이미 익숙하다. 회사에서는 RPA가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우리를 지겨운 업무에서 해방시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