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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의 나에게 엽서가 왔다. 누군가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했다. 최근 며칠 회사일로 힘들었다. 나의 노력이 오해받는 것 같아 속상했고,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게 되면서 업무에 추진력을 갖지 못하고 조심하게 되고..일종의 무력감을 느끼던 터였다. 그러던 어제 밤, 여전히 복잡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의례적으로 우편함을 확인하는데 빼곡히 적힌 엽서가 있었다. '누가보낸거지?'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엽서를 읽는데, 작년 여름 부산 여행을 갔을 때 내가 보낸 엽서였다. '굿 올 데이즈'라는 호텔이었는데, 부산 구도심의 부활의 중심이 된 호텔로 그 여행은 오롯이 그 호텔이 궁금해서 갑자기 갔던 여행이었다. 룸에는 근처 노포 맛집들에 대한 소개자료와 가볼만한 스팟을 표시한 지도와 머무는 동안 기록할 수 있는 메모지와 더불어 1년 후에 발..
왜 뉴스레터를 만들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대기업에서 브랜딩을 한다는 것, 그것도 금융사에서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많은 제약과 도전이 따른다. 첫째는 경영층이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 - "아직도 우리회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나?" 둘째는 브랜딩을 단기적인 이슈 메이킹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 "재밌는 것 좀 해봐" 셋째는 Specialist 보다는 Generalist를 키우는 인력 정책과 더불어 짧게는 1년 길어도 3년마다 바뀌는 임원으로 방향성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 - "이거하지 말고 올해는 새롭게 이거 해봐" 그럼에도 이 일에 애착을 느끼는건 그만큼 도전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바꾸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 앞에 열거한 이유로 단기적인 이벤트들이 성행하고 광고는 매년 새로운 컨셉으로 진행하여 모아놓고 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냉정한 사실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단기적으로는 비관론자지만 장기적으로 낙관주의자인 나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준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참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인데, 이번달 트레바리 모임의 책이라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문체와 저자인 피터 자이한의 사정없는 팩트 폭행과 과감한 주장으로 인해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아무리 미래학자들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해도, 적당한 타이밍에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이 발견될꺼라 믿으며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앞날에 대한 걱정과 그로인한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술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지정학, 정치적 이슈가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평소 관심분야가 아니라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평성시에는 그 고마움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클릭 한..
다시, 명상 예전 괴팍한 직장상사로 인해 한창 힘들때, 명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빠졌다기 보다는 명상에 대해 공부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정말로 몰입한 경험은 몇번 안되고 관련 책들을 많이 찾아봤었더랬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몸에도 영향을 주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살기위해 요가를 시작했고, 요가 수련 후 마지막에 몸을 이완시키면서 가볍게 명상을 헀는데, 그때 마음과 몸이 평온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요가를 열심히하던 2년간, 그 이후에는 가끔 일년에 2~3달 정도 아침에 스트레칭과 짧은 명상을 헀다. 그러다 코로나가 생기고, 리듬이 깨지면서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2~3년간 지속되었지만 막상 다시 시작하는데 쉽지 않았다. 아침에 또는 자기전에 명상 관련 유튜브를 틀어놓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바쁨속에 놓친 것 ; 헤르만 헤세의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를 읽고 요즘 진화와 미래학, 사회변화와 같은 거대 담론이 주제인 책들을 읽다가 오랜만에 문학작품을 읽으니 초반엔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두께가 매우 얇아서 금방 읽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눈과 머리가 따로 놀아 활자를 머리에 담는데 애를 먹었다. 스토리나 메세지 중심의 책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이해해야 의미가 있는 문학작품을 너무 오랜만에 읽은 탓이다. 그만큼 감성이 죽었다는 의미도 될테고. 헤세는 자연을 특히 나무와 그에 딸린 꽃, 열매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를 하고 그를 감상하는 마음도 상세히 글로 표현한다. 그래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헤세의 눈을 빌어 그 모습이 그대로 그려질 정도로. 그러면서 자연처럼 순리대로 살아갈 것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고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책을 읽으..
원자폭탄보다 무서운건 이념대립과 그를 앞세운 정치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인셉션'과 아주 오래전이지만 너무나 새로운 소재와 설정으로 강한 인상이 남았던 영화 '메멘토'의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건 최근에야 알았다. 바로 오펜하이머의 개봉을 맞아 여기저기서 놀란 감독에 대한 기사와 영상들이 쏟아졌기 때문. 그런 영화가 개봉 예정인지도 몰랐다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마침 개봉일이 광복절 휴일이라는 말에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했다. 3시간 넘는 러닝타임으로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오펜하이머라는 과학자의 생애를 놀란감독이 어떤 스토리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결과는 역시 기대한대로 만족. 물론,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을 제외한 영화속 대부분의 과학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어 아쉽긴하지만 영화를 이해하는데 별 ..
자신감과 교만 사이 아침 출근하면서 롱블랙 노트를 읽었다. 몇년전부터 광고업계에서 핫한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 작년에는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광고계 뿐 아니라 영상 업계 전반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애플과 협업해서 찍은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 겸 아이폰 광고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안전하게 일한다며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자기 재능을 다 발휘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라고. 이 구절이 마음에 남아 수첩에 메모까지 했다. 그렇지 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못할까봐 항상 주저하고 지나치게 조심하고 자기검열하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점심시간에 페이스북을 둘러보다가 토스, 직방 등 굵직한 ..
요리와 경제학, 그 만남은 덕업일치의 산물 ; '경제학 레시피' 경제학 레시피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 분야의 유명한 석학이자 대학교수지만 나에게는 경제학 대중서 작가로의 이미지가 크다. 그가 쓴 논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베스트셀러인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이라는 책을 통해서 경제학이 사회에 우리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후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통해 최근작 '경제학 레시피'를 접하게 되었다. 독서모임 때 알게 되었지만 요리와 경제간 다소 억지스러운 연결과 석학 치고는 내용이 너무 평이하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꽤 갈렸던 모양이다. 다행이 나는 저자를 쉬운 경제학 대중서 저자로 기억하기에 이번 책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 깊은 내용이 들어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만족스러웠다. 제목..